시민광장

이번 대번개는 생중계되었고 여러 사람들의 후기가 속속 올라오니 행사 과정 및 내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는 단순일지는 적지 않겠습니다. 똑같은 글 반복되면 조금은 지루할 것 같아서 저만의 감상문을 적겠습니다.

1. 일산으로 가는 길

과감히 문을 2시간 앞당겨 닫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땐(행사지연) 정해진 영업시간 다 채우고 갔어도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가족 나들이라 생각하며, 차안에 '무조건' 노래를 빵빵하게 틀어놓고 신나게 따라부르면서 갔습니다.

2.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킨텍스(열린우리당 전당대회장 앞 모습)

일단 좀 놀랐습니다. 주차장도 다 차고 주차장 아닌 곳까지 차를 대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두 행사 때문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오긴 왔나보다 했습니다. 이게 놀랍다는 것은 아니고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당사수'의 노란 어깨띠를 맨 분들이 많았다는 것에 놀란 겁니다. 1층, 열린우리당의 전대가 열리는 장소로 가까이 갈 수록 노란 어깨띠가 더 많이 보였고, 점차 분위기가 '장난아니구나!' 싶었습니다.

1층 로비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어깨띠를 맨 엄청 많은 사람들과 전경들, 그리고 '진행'이란 명찰을 목에 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대의원들이 입장하는 통로는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좁은 미로였습니다. 전경들은 사수파 당원들이 난입할 경우를 대비해 인의 장막을 쳐놓았고, 진행 요원들은 한 분의 대의원이라도 더 잘 '모시려고' 안내하느라 바쁘더군요. 대의원이 입장하면(물론 대의원이냐 물어봐서) 진행요원이 일대일로 그 분을 보위하여 그 좁은 미로를 따라 대의원 확인 절차를 거치는 곳까지 안내했습니다.

또 놀랐습니다. 당 사수 구호를 외치는 분들 중에 웬 아줌마들이 저렇게 많은가? 어랏, 아줌마 뿐이 아니네? 옆으로 돌아가니 이번엔 할아버지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잠시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습니다. 매우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동원의 전형같은... .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일까?' 그러다 피켓에 써 있는 세 글자 이름을 봤습니다. 김! 혁! 규! 좀 착잡했습니다.

그래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 분도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을 다하고 싶었겠지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 참, 무슨 이유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안내원은 없는 안내 데스크에 쌓여있는 유인물을 저도 한 장 가져왔거든요.

<금년 대선 전략적 분석>

범여권은 대통합 민주신당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갔다고 보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경선에 의하여 경상도 출신이 대선후보로 결정되는 상태인데 .........(세상에! 열 줄이나 되는 문장을 마침표 하나로 끝냈다. 이렇게 긴 글을 문장 하나로 하다니!) 이러한 범여권의 내부사정을 간파해 볼 때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김혁규의원이...!!!

여기까지만 읽고 말았습니다.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여론조사(국민경선투표)만 믿고,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김혁규 의원을 민주신당에 끌어들여 컷오프로 탈락시키려한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와 본선 경쟁력이 무시할 정도로 무관한건지 의문이 듭니다. 결국 자신이 왜 의원직을 사퇴했는지, 아무도 예상치 않은 당사수를 왜 외치는지 스스로 실토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당지킴이연대'의 당원님들은 정말로 순수하게 열린우리당을 사랑하고, 지켜야할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에 당사수를 외쳤습니다. 이 분들의 순수성까지 왜곡시킬 특정세력들(다른 쪽에 또 있지요!!), 정말...... "너 나빴어!" 입니다. 당 사수를 주장하려면 지킴이연대처럼 해야 합니다. 저랑은 의견 충돌도 일으켰었지만, 전 정말 이분들 (존경까진 아니더라도) 존중합니다. 이분들에겐 사심이 없으니까요. (님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빚을 진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해서 그 빚을 갚아야 할텐데... 그래야 님들을 나중에라도 떳떳이 바라볼 수 있을텐데요. 잠시 님들과 함께 애통해 합니다......)

3. 백만송이 장미꽃이 시급하다

이건 크게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가 없죠?(그 넘의 선거법!) 잊지 말자고, 중요성을 한 번 강조하고 싶어서 언급해봅니다. 어떤 분은 제게 자랑을 하시는 건지, 압박을 하시는 건지... . 어쨌든 전 '음메, 기죽어!' 했습니다. 혼자서 몇 천인가 만 단위인가의 꽃을 피우고 계시다는 말씀. 크억~@@ 대단하십니다. 본받아야 합니다.

4. 누가 냉정하게 판을 바라보고 있는가?

1) 대번개가 시작되었고,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유의원님은 아니셨었던 것 같고, 우리 별대표님이셨나요? (기억이 가물하지만 맞는 듯.)

"여러분, 그 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죠?"

이구동성으로 "네~~~~~~~~" 합니다. 그런데 옆에 앉아있는 초짜 유티즌이 말합니다.

"네~는 무슨!! 이제 시작인데!!!"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2) 그 초짜 유티즌이 밖에서 애들과 놀아주느라 고명하신 의원님들의 축사를 못들었네요. 누구누구가 와서 한마디씩 했다고 귀띰해줬더니 대뜸 이럽니다.

"뭐라했는데? 그래서 유시민 지지한다는 거야 뭐야?"

누구는 이런 얘기, 또 누구는 저런 얘기, 등등 덕담 수준의 좋은 말씀 많이 해줬다 했더니 또 이럽니다.

"그렇다면 다 유시민 지지 선언해야지."

"그래, 정의장님이 그러셨어. 한나라당에 뒤져도 한참 뒤졌기 때문에 '판'을 흔들어야 한다고. 그 판을 흔들 사람은 유시민의원이라고."

"그렇다니까. 다른 사람으로는 안된다니까. 내 눈엔 다 보이는데 왜 모르지? 빨리 하나로 뭉쳐서 가야한다니까."

3) 이번에도 초짜 유티즌의 강한 주장이 이어집니다.

"나, **님 만났어. 시민광장 눈팅만 한다고 하시더군."

"그래? 참 답답하단 말야. 참평쪽에서도 이젠 계산과 답이 나와야 하는데. 서프나 노사모 쪽에서도 말야. 왜들 모르지? 모르는 게 아니지. 그래서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경쟁자가 무섭단 거야. 인정하기 싫어하고 시기하고... 그래서 힘든거야. 접을 사람 다 접어야 하는데 말야."

"예비경선 후엔 정리가 되겠지. 1등 먹어야 하는데..우리 중에서라도. 출마선언 했으니까 이제 매일 매일 지지율이 올라야 해."

"그렇게 될거라구.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될 테니까."

가끔 황당하다. 지가 무당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자신있게 말하는지? 아직 이 쪽 세계를 몰라서 그러나? 대의가 있다 해서 다 이루어진다고 착각하나? 이어지는 말.

"근데 말야, 사람이 없단 말야. 혼자 다 할 수는 없거든. 정책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 그건 내가 잘 모르니까 그렇다 치고, 사람들이 모두 순수하고 맘좋은 사람들만 있어서 말야. 누가 욕을 좀 먹더라도 그런 주장을 해줘야 하는데 말야."

5. 할매 맘에 드는 딱 한가지

애들 외할매 72세, 외할배 82세인데 오늘 모시고 갔습니다. 혹시 82세가 대번개에 참여한 최고령은 아니었을까요? 할배는 선명하지 않으시지만, 할매는 매우 매우 선명한 TK 정서를 가지셨습니다. 노인네가 ㅈ일보도 안보시는데 어찌 그리 똑같은 말씀만 하시는지. 제가 항상 져드려야 합니다. 오늘의 감상을 여쭤본 결과, 좋은 소리 못들었습니다. 날카로운 비판도 하셨습니다.-_-;;

할매, 할배랑 우리 6식구 모두 기회가 된다면 유의원님과 사진 한 번 찍고 싶었는데 할매가 하도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시도도 못했습니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유명 정치인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런지? '세상 많이 변했데이~' 이러실까? 그래도 자랑할 데 있다면, 대통령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 사진 찍었다고 자랑하실까? (호시탐탐 그 기회를 노리리라.)

이런 할매께서 딱 한가지 맘에 드는 게 있다고 하셨습니다.

"유시민이한테 딱 한가지 맘에 드는 거 있더라. 상대 헐뜯지 않겠다고 하는건 잘 생각한거다. 지들끼리 싸우면서 서로 상대를 끌어내리지 못해 눈에 불을 켜는 거 정말 보기 싫더라."

맞습니다. 일반 국민들, 심지어 한나라 성향 국민들조차 집안싸움하는 거 보며 진저리 쳤습니다. 국민들 눈을 너무 많이 괴롭힌 한나라당의 이전투구식 경선과정이었습니다. 경선피로증이랄까, 비방피로증이랄까, 국민들 눈이 피로해져서 더 이상 참아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전에도 한 번 주장한 적 있지만, 우리의 경선은 한나라당과 달라야 합니다. 반드시!! 손과 정, 특히 정은 이걸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6. 싸비스(자랑질 또는 염장질)

빠질 수 없는 순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무슨 자랑으로 염장을 뿌려야 하나?

유뺀의 공연이 무르익고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때 기차놀이 행렬이 우리 지역 앞을 지났습니다. 박수쳐주고 있는데 온*님이 저를 발견하고 들어오라 손짓해서 함께 기차놀이를 하고 유의원님이 계시는 앞에 당도했습니다. 거기서 신나게 박수치며 노래 부르고 (춤은 안 되었고) 난 후 유의원님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바쁘시더군요. 끊임없는 사인 요청, 혹은 사진 모델. 저는 그냥 앞에서 그 모습을 제 폰에 몇 컷 담았습니다.

유의원님을 첨 뵙게 된 우리 지역의 젊은이(한번 띄워주까? 닉네임 '열심히살자')는 감격과 흥분에 겨운 얼굴로 왔다 갔다 하더니, 드디어 용기를 내어 의원님 앞에 굵은 매직펜과 등을 내밀었습니다. 사인 받을 책도 없고 냅다 등을 내민 것 같습니다. '유시민 2007.8.18' 이라고 써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는 그 티셔츠를 평상시에 입고 다니게 될까요? 그 티셔츠를 얼마나 자주 세탁하게 될까요? (나중에 보니 그것으로도 성이 안 찼는지 종이 비행기를 주워와 사인을 한번 더 받는 것 같더이다. ㅎㅎ)

저도 갑자기 사인이 받고 싶어졌습니다. 어디에다 받을까 하고 가방을 열었더니 가지고 다니면서 보던 시집이 있었습니다. 도 종환님의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입니다. 우리가 얼마 전까지 애송하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담겨져 있는 시집이죠.

여기에 사인을 받았을까요? 오우 노우! 갑자기 딴 생각이 들어서 가방을 뒤져 분홍색 펜을 꺼내들었습니다. 표지를 넘기고 속지 첫 장에 뭔가를 썼습니다. 급하게, 떨리는 마음과 손으로 써서 뭘 썼는지 지금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17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길...'로 시작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걸 가지고 유의원님 앞에 섰습니다. 유의원님, 속으로 그러셨겠죠. '또야? 제발 좀 고마해라. 마이 썼다 아이가?'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남들은 해달라는데 저는 드리러 왔습니다."

포장도 안된(사실 책은 포장 안하고 선물해도 그다지 실례가 아닌줄로 아뢰오) 시집을 내밀었더니 금새 대답이 돌아옵니다.

"네, 좋은 시가 많죠."

아니, 그렇담... 혹시 벌써 갖고 계신 거 아닐까?

그래도 기분은 날아갑니다. 우리가 날렸던 분홍, 노랑 종이비행기처럼요.

또 한가지. 이건 정말 얄미운 염장질입니다.

『2007 대한민국 유시민을 말하다』를 보셨습니까? 책 많이 사보시고 주위에 널리 퍼뜨려 주시기 바랍니다. 유시민 의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을 말없이 전도하려면 이 책과『대한민국 개조론』이면 됩니다. 선거법 때문에 행사장에서 판매를 할 수 없다는 그 책을 저는 한 권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줘도 선거법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답니다.^^

이제 지인들한테 뻥을 좀 쳐야겠습니다. "나 책 한 권 냈으니까 꼭 사보세요."

<사족>

- 긴 글로 눈의 피로를 가중시켜 죄송합니다. 좀 짧으면 좋을텐데... .

- 지난 6월 9일, 시민광장 창립일 때처럼 밤을 새고 맙니다. 그 날도 긴 후기를 쓴다고 새벽에 잠이 들었었는데 말입니다. 그 날보다 열 배는 더 감격스러운 날이 오늘입니다. 그렇지만 마치 이런 기분... 시골 촌딱이 서울에 있는 대학 들어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갔을 때의 기분 같은... 그 대학엔 고향 친구도 선배도 하나 없는 곳. 설렘은 있지만 낯선 환경과 똑똑한 도시애들 틈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해하던 그 기분입니다.

- 모인 인원이 3천은 넘을 것 같더이다. 들어보니 회비 받고 내주는 분홍뱃지를 3천개 준비했는데 거의 다 나갔다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 이후에 또 엄청난 사람들이 입장했구요. 가장자리 통로는 입추의 여지없이 꽉찼고, 중간 통로에도 몇 몇 분들이 앉아 계셨었습니다. 나름 대박입니다. 구호를 1만이라 했다고 따진다면? 오마이 생중계와 함께 한 유티즌 모두 쳐볼까요?^^